白日山中赤浪來 一莖單朶節貞嵬 葉花互避如爭艶 憎愛何深各各開
한낮 숲속에 펼쳐진 붉은 물결 외줄기 한 송이씩 그 절개 곧고 높아라 잎과 꽃이 서로 피하니 고운 모습 다투는 듯 사랑과 미움 얼마나 깊기에 각각 따로 필꼬?
작가의 말
이 시는 사랑과 미움의 경계에 선 인간의 마음을 붉은 꽃과 푸른 잎으로 비유한 작품입니다. 꽃과 잎은 서로 기대어 피어야 할 존재지만, 정작 가까이하지 못하고 서로를 의식한 채 피하는 모습이 묘하게 인간적이지요. 한 송이 곧은 줄기의 절개는 그들 사이에서 흔들리지 않는 자기 존재의 의지를 상징합니다. 결국 사랑도 미움도, 그 깊음만큼 서로를 닮아 있는 감정이라는 사실을 — 붉은 물결 속에서 고요히 일깨우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