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장모님.이제는 "어머니" 하고 불러도 따듯하게 웃으며 돌아보시던 모습을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기지 않습니다. 인자하셨던 얼굴은 제 마음속에 깊이 새겨져 있어 문득문득 떠오르고, 꿈속에서도 저는 여전히 장모님을 찾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불러 보아도 대답 없는 고요함만이 가슴을 메웁니다.살아오시는 동안 가족을 위해 아낌없는 사랑과 희생을...
인생은 때론 탈출구가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삶이란 아무래도 천편일률적으로 매일 똑같을 순 없기 때문이다. 사람의 마음은 마치 날씨와 같아서 햇빛이 쨍쨍하고 화창하여 그냥 기분이 좋은 날도 있지만, 흐리고 바람 불고 먹구름에 천둥 치고 비가 오고 구질구질한 날도 있기 마련이다. 어쩌면 우리네 인생 여정도 이와 유사하지 않을까 생각된다.사실 생각해 보면...
돌이켜보면 내 인생의 첫 플루트 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진 것은 꽤 늦은 시기였다. 오십 대 중반 무렵, 쉴 틈 없이 내 삶을 지탱해 오던 일을 그만두고 잠시 숨을 고르던 때였다. 치열한 일상에서 벗어나면 마냥 행복할 줄 알았지만, 오히려 공허함이 찾아왔다. 평생 앞만 보고 달려오느라 돌보지 못한 몸은 아프다고 신호를 보냈고 마음마저 깊이 지쳐 있었다....
김유정 추모 89주기를 며칠 앞둔 화창한 봄날, 김유정 문학촌에서 수필 반 야외수업을 하였다. 이곳은 작년 늦가을쯤 근처에 있는 ’레일바이크‘를 타러 왔다가 잠시 들렀던 적이 있었다. 그때는 스산한 바람에 바싹 마른 낙엽이 구르는 소리를 들으면서, 마치 망한 고려의 도읍지를 돌아보는 길재처럼 세월의 무상함을 생각했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오늘은 시작부터...
김유정(金裕貞). 그 이름 세 글자를 입 안에 머금으면, 춘천 신동면 증리(甑里), 즉 실레마을의 산골짜기를 타고 흘러내리는 알싸한 생강나무 꽃내음이 먼저 코끝을 스친다. 춘천의 산하가 빚어낸 가장 아린 보석이자, 한국 문학사가 품은 가장 찬란한 단명(短命)의 천재. 그가 실레마을의 굽이진 길목마다 뿌려놓은 문장들은 이제 단순한 소설을 넘어 춘천의...
처가로 향하는 길은 언제나 발걸음이 가볍다. 남들은 처가 식구들과의 만남이 조금은 서먹하거나 부담스럽다는데, 나에게는 이곳이 또 다른 나의 무대이자 놀이터다. 대문을 들어서기 전부터 내 눈은 벌써 바쁘게 움직인다. 이번에는 어디를 고쳐볼까, 어떤 낡은 것들이 내 손길을 기다리고 있을까 하는 설렘 때문이다.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처가집 곳곳에는 이미 나의...
초여름이 찾아오면 우리 집 담장 위로 아침 햇살을 가득 머금은 장미 넝쿨이 축제의 춤을 추듯 피어난다.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뽐내는 몸짓이 싱그럽다.나는 매일 아침 여섯 시면 어김없이 눈을 뜬다. 잠옷 차림 그대로 마당에 나서서 오늘은 또 얼마나 많은 꽃송이가 새로이 피어났는지 확인하는 것이 하루의 첫 일과다.환한 웃음으로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 듯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