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가 뭐예요? 하고 누군가 물으면 나는 멍해진다. 내세울 만한 취미가 없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취미를 물으면 그저 생각나는 대로 독서예요. 했다가 또 다른 사람이 물으면 운동이요. 하고 말한 기억이 난다.
특별히 내세울 만한 취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즈음은 조용히 이어져온 작은 습관이 있다. 바로 텃밭 가꾸기이다.
우리 집 울안에 40여 평 되는 텃밭이 있다. 어머니가 계실 때는 그곳이 유일한 하루 일과의 장소였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에는 내 일거리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텃밭에만 들어서면 어머니의 숨결이 느껴지는 것 같고 어머니의 모습을 지울 수가 없다.
어머니가 하시던 대로 나도 봄이면 그곳에 당근, 파, 시금치 열무, 오이, 토마토 등 10여 종류를 심는다, 가을에도 김장배추, 무, 등 여러 종류의 채소를 심고 가꾼다.
나는 텃밭에 심어진 각종 채소들을 작물로 보지 않는다. 화단의 화초로 생각하고 정성스럽게 가꾼다. 작은 공간이지만 그 안에 생명이 자라고, 계절이 흐르며, 나 역시 조금씩 변해간다. 씨를 뿌리고, 모종을 심고 기다리는 일은 참을성을 가르쳐 주고,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싹은 나에게 작은 기쁨을 준다.
작물을 재배하느라 힘들었던 때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화초처럼 정성스럽게 가꾸어온 채소를 식탁에 올릴 때, 그리고 가끔씩 작물들을 수확하여 적은 양이나마 동생들과 친구들에게 나누어 줄때는 묘한 기쁨과 보람을 느낀다.
누군가는 운동이나 음악으로 스트레스를 풀지만 나에게는 흙과 작물이 그 역할을 대신해준다. 특별하지는 않지만 조용히 나를 위로하고 생활의 기쁨을 주는 그것이 나의 텃밭 가꾸기다. 아침 운동 후 텃밭에 물을 주고 잡초를 뽑아줄 시간은 아무 잡념도 없다. 오늘도 작물들이 잘 자라기를 바랄 뿐이다.
이제는 누가 “취미가 뭐예요?” 라고 물으면 웃으며 대답 할 수 있다. “작은 텃밭 가꾸기가 제 취미예요” 라고
다른 사람에게는 별것 아니라고 여길지 몰라도 나에게는 아주 소중한 시간이다. 내 마음의 수양터요 정신 건강을 지켜주는 장소이다. 아주 소박하고 따뜻한 취미, 텃밭의 작물은 오늘도 그 자리에서 조용히 자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