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雨躊躇石磬鳴 點燈默想聽風聲 搖頭滿笑開黃菊 隋岸斑楓掛赤瓊 北漢晨暾遊二水 昭橋夜氣沁春城 輕輕着眼銀波盪 落日西山帶雁行
가을 비 올듯 말듯 풍경소리 울리고 등불 켜고 생각에 잠겨 바람 소리 듣는다 고개 흔들며 활짝 웃는 국화꽃 피어있고 언덕 따라 얼룩진 단풍 붉은 구슬 걸렀니라 북한강 아침햇살 두물머리에서 노닐고 소양교의 해 그름은 춘성에게 스며드는구나! 사부시 눈을 뜨니 은물결 일렁이고 해지는 서산에 기러기 떼 지나간다
작가의 말
이 시는 가을의 하루가 품은 생의 순환과 고요한 성찰을 담고 있습니다. 새벽의 풍경소리와 저녁의 기러기 떼까지 — 시간은 흐르되, 그 안의 감정은 잔잔히 이어집니다. “등불 켜고 생각에 잠겨 바람 소리 듣는다”는 구절은 바로 삶의 중심에서 세상을 관조하는 태도를 상징하지요. 국화의 웃음과 붉은 단풍의 영롱함, 그리고 은빛 물결 속의 기러기 떼는 모두 인간과 자연이 함께 빚어내는 하루의 시(詩)입니다.
나는 이 시를 통해, 가을이라는 계절이 단지 끝의 계절이 아니라 성찰과 감동, 그리고 다시 시작의 시간임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북한강의 물빛과 노을, 그 속에 스며드는 마음 — 그것이 바로 춘성(春城, 춘천)의 영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