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워야 완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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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매장의 디스플레이일수록 심플하다. 싱가포르 오차드 로드의 유명 쇼핑몰에 가면 명품 매장이 즐비하다. 그중 에르메스의 디스플레이가 유독 눈에 띈다. 심플하고 위트 있기 때문이다. 다른 매장의 화려하고 번쩍번쩍한 쇼윈도와 달리, 이곳은 조명도 아늑하며 텅 비어 있고 심플하다.

채우기에 급급한 나머지 온갖 스트레스까지 안고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비움’이다. 텅 비울 때 비로소 완전함에 가까워질 수 있다. 명품 숍일수록 공간이 비어 있다. 매대 사이의 간격도 넓다. 물건도 몇 개 없다. 사람들은 이렇게 비어 있는 쇼핑몰로 발길을 돌린다.

하물며 집이야 어떻겠는가? 마음이야 어떻겠는가? 노자는 텅 비어 있고 모자라 보이는 것이 완전하다고 했다. 사람도 약간 모자란 듯한 사람에게 매력이 느껴지는 법이다. 현대인의 생활은 매우 복잡하고 분주하다. 어수선한 하루하루가 쌓여 인생이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된다. 집중력이 떨어진다. 중요한 기회를 놓치게 된다. 그러기에 20%쯤 비워둘 필요가 있다.

비움, 그것만으로도 우리 삶은 회복될 수 있다. 시간과 공간이 비워져 있을 때 평안한 마음을 가질 수 있다. 머릿속을 정리하고, 제대로 쉴 수 있다.

비움의 철학은 실로 우리에게 많은 선물을 준다. 쓸데없이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게 해 준다. 중요한 일에 몰입하게 해준다. 일을 제 때에 끝내게 해 준다. 더불어 새로운 미래가 보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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