衣岩湖秋日抒情 (의암호 가을 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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舒鳧在昊沈遊暇
金粉陽光寫戀書
平靜水邊忙釣隊
溫柔槭樹執頭梳
遠山旣展烏旗列
近友偕撏黈栗餘
急速希來藷始腐
秋天轉去彼深居
오리가 하늘에 잠겨 한가롭다
햇살이 금가루로 쓴 연애편지
고요한 물가에서 허둥대는 강태공들
다소곳한 단풍나무가 머리빗을 들고
먼 산에는 검은 깃발이 빽빽이 늘어섰다
친구와 함께 딴 밤이 아직 남았는데 
고구마 썩는다고 빨리 오라 한다 
가을 하늘이 저 깊은 곳으로 굴러간다

작가의 말

이 시는 가을의 정적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유쾌한 여유와 철학적 깊이를 담고 있습니다. “오리가 하늘에 잠겨 한가롭다”는 표현은 자연과 하늘이 하나 되는 경지, 즉 인간의 시선이 자연 속에 스며드는 순간을 보여줍니다. “햇살이 금가루로 쓴 연애편지”는 가을 햇살을 자연의 시적 행위로 비유한 명구이며, “단풍나무가 머리빗을 들고”는 자연을 인간의 감정으로 의인화한 한국적 풍류의 정수입니다. 마지막의 “고구마 썩는다고 빨리 오라 한다”는 시적 감정의 절정에서 현실로 돌아오는 유머와 따뜻한 일상감각을 더합니다.

나는 이 시를 통해, 자연 속에 깃든 인간의 삶과 웃음, 그리고 철학적 여유를 그리고자 했습니다. 하늘과 물, 단풍과 햇살, 그리고 친구의 부름이 어우러진 이 장면은 한국 가을의 가장 인간적이고 시적인 풍경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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