沈藏 (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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灰雲漸冷晩秋中
難得家人集合悤
終日動刀調百料
通宵揷鹵漬千菘
沈藏圓坐弄談樂
分配各人微笑融
夕麗桃源深谷裏
炭炎黃肉睦情充
잿빛 구름 일고 쌀쌀한 늦가을
오랜만에 정다운 가족들 다 모였네
종일 칼질하여 모든 양념을 장만하고
밤새 소금을 쳐, 많은 배추를 절이네 
빙 둘러앉아 농담하며 김장을 한 후
각자 몫 싸는 얼굴에 미소가 번지네
저녁놀 깃든 심곡은 도원경 같은데
숯불 위 노릇한 삼겹살에 화목한 정 어리네

작가의 말

이 시는 한국의 전통적인 겨울맞이 풍경 — 김장의 날을 통해 **가족의 정(情)**과 공동체의 따뜻함을 그린 작품입니다. “칼질하고 절이는” 노동의 장면은 고단하지만, 그 속엔 함께 나누는 기쁨이 있고, “빙 둘러앉아 농담하며 김장을 한 후”에는 서로의 얼굴에 미소가 번지는 정겨운 시간이 있습니다. 마지막 구절 “숯불 위 노릇한 삼겹살에 화목한 정 어리네”는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가족의 사랑이 익어가는 순간을 상징합니다.

나는 이 시를 통해, 쓸쓸한 계절 속에서도 피어나는 따뜻한 인간의 온기, 그리고 그것이 곧 한국의 풍류이자 행복임을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심곡의 저녁놀과 김장의 웃음이 함께 어우러진 이 장면이야말로 현실 속의 작은 도원경(桃源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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