雪岳山千佛洞飛仙臺 (설악산 천불동 비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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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草巖崖直角穹
秋光寶石甚玲瓏
神仙萬里雲遊去
風過空臺掃拭忠
풀 한 포기 없는 곧추선 암벽
가을 햇살에 보석처럼 영롱하구나!
신선은 만 리 운유雲遊를 떠나고
바람이 충직하게 빈집 쓸고 닦네

작가의 말

이 시는 자연의 절대성과 인간의 덧없음을 대조한 작품입니다. 풀 한 포기 없는 암벽은 생명이 없는 듯 보이지만, 그 표면에 비친 햇살은 보석처럼 영롱하여 순수한 존재의 빛을 드러냅니다. 신선은 이미 만 리를 떠나 세속을 벗었지만, 남겨진 바람은 여전히 충직하게 빈집을 쓸고 닦으며 세월을 지킵니다. 이 장면 속엔 고독이 있지만, 그 고독은 결코 쓸쓸하지 않습니다.

나는 이 시를 통해 ‘비어 있음의 충만함’, 즉 아무것도 가지지 않았기에 모든 것을 품을 수 있는 자연의 도를 그리고 싶었습니다. 햇살, 바람, 바위 — 그 침묵 속에 이미 완전한 세계가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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