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지에서 일어난 황당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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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2024년에 일어난 황당한 일에 대해서 이야기 하려고 한다. 나의 딸은 청량리에 있는 63층 펜트하우스에 산다. 옥상을 꾸미기 위해 측백나무를 심기로 하고 나무를 주문했다. 날씨가 덥기도 했고 딸과 사위가 낮에는 시간이 없어서 밤에 나무 심기를 강행하였다.

 

심는 도중 갑자기 오른쪽 검지 손가락에 깊이 쑤시는 느낌과 함께 검은 물체가 눈에 들어왔다. 반사적으로 탁 치고 나서 보니 벌이었다. 벌을 키우는 친구에게 사진을 찍어 보냈더니 말벌이라고 했다. 엄청난 고통과 함께 순식간에 부어올랐다.

마치 빵이 부풀어 오는 듯한 모습을 보며 겁이 났다. 말벌에 쏘이면 생명을 위협받을 수 있다는 걸 뉴스에서 여러 번 보고 들었기 때문이다.

 

약을 몇 가지 먹었지만 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로 통증이 심했다. 혼자서 응급실을 가야 하나, 119를 불러야 하나 고민하다가 깜빡 잠이 들었다. 심한 통증에 잠에서 깨어보니 얼음주머니에서 손이 빠져있었다. 다시 얼음 찜질을 하며 그렇게 긴 밤이 지나가고 아침이 되었다. 딸과 사위가 걱정할까 봐 괜찮다고 참을 만하다고 했다.

 

모두 출근하고 옥상으로 올라가서 찬찬히 살펴보니 벌 한 마리가 베롱나무에 앉아 있지 않은가! 놀라서 양파망으로 잠자리채를 만들어 포획하고 발로 문질러 죽였다. 3살 5살 손녀가 걱정이 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통증에서 벗어나기까지는 꼬박 이틀이 걸렸다.

 

어떻게 도심지 63층 아파트 꼭대기에서 말벌에 쏘일 수가 있단 말인가. 벌의 출처가 궁금했다. 간혹 뉴스를 보면 도심지에서 말벌이 등장하고 소방대원이 출동하여 말벌집을 제거하는 걸 본 적이 있다. 그렇다면 다른 벌이 있을 수 있는 것이므로 정말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아니면 나무가 올 때 나무와 함께 따라온 건 아닐까? 그렇다면 정말 다행인 일이다. 두 마리를 잡았으니 더 이상 피해는 없을 것이다.

 

나는 450고지 산에 텃밭을 가꾼지 10년이 넘도록 말벌에 쏘인 적이 없다. 그런데 도심지에서 그것도 63층 꼭대기에서 이 일을 겪으며 나는 대처하는 방법이나 교훈을 얻었다. 벌에 쏘였을 때는 당황해서 벌을 없애지 말고 사진을 찍어놔야 병원에 가거나 할 때 증거 자료가 되어 도움이 된다. 그래야 정확한 치료를 할 수 있다. 그리고 밝을 때 나무를 심어야 한다. 그랬다면 벌도 알아서 도피했을 것이고 내 눈에 띄기라도 했을 것이다. 아마도 벌은 자다가 봉변을 당한 것일지도 모른다. 벌에게 난 침입자였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어린 두 손녀가 물리지 않은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 일로 인해서 벌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벌을 제거했으니 다행스러울 뿐이다. 더구나 일부러 벌침을 맞기도 하지 않는가? 벌에 쏘였으니 면역력이 생겼을 것이다. 무한 긍정의 소유자인 나는 오늘도 글을 쓰면서 무한 에너지를 발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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