晩秋 (늦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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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天深碧玉
綠葉退紅黃
路上諸人寂
湖中七鴨行
높은 하늘은 더욱 푸른데
푸른 잎 붉게 시들어가네
길 걷는 사람들 고요한데
물 위엔 일곱 오리 줄지어 가네

작가의 말

짧은 시지만, 이 한 편에는 계절의 변화와 그 속의 고요한 생명감이 함께 담겨 있습니다. 하늘은 높고 푸르러 가을의 깊이를 드러내지만, 동시에 푸른 잎은 붉게 시들어갑니다. 생명의 절정과 쇠락이 한 장면 안에서 공존하지요. 이는 자연의 이치이자, 인간의 삶이 지닌 무상함을 은유적으로 비춥니다. 길 위의 사람들은 말없이 걷고, 세상은 잠시 숨을 고른 듯 고요합니다. 그 속에서 ‘물 위를 일곱 마리 오리가 나란히 지나가는’ 장면은 마치 마음의 풍경처럼 평화롭습니다. 생과 사, 시작과 끝, 소란과 고요가 하나의 흐름 속에서 이어지는 그 순간 — 나는 그 속에서 ‘시간의 아름다움’을 보았습니다.

이 시는 결국 ‘멈춤 속의 생동’을 그리고자 한 것이었습니다. 아무 일 없는 듯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도, 자연은 여전히 움직이며 우리에게 말을 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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