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문학반을 돌아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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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2월 20일

춘천 문화원 강좌 프로그램 중 하나인 수필문학반에 첫 수업하는 날! 글쓰기를 좋아했던 나는 기대 반 설렘 반으로 강의실로 향했다. 한 분 한 분 자기소개가 끝난 후 총무와 반장을 선출하는데, 지금껏 각종 모임에서 총무를 맡아 본 경험이 많아서 이번만큼은 정말 어떤 임무를 맡지 않으리라 다짐했던 터라 다른 분이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무를 맡게 되었다. 어쨌든 허준구 선생님이 흔쾌히 반장을 맡아주셔서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총무직을 맡게 되었다.

 함께 공부하면서 최명걸 선생님을 비롯하여 문우님들의 실력과 지식이 출중해 너무 놀랐고, 이런 분들과 함께 강의를 들으며 함께 할 수 있음이 영광스러웠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시간 내서 글감을 찾아 글을 써오는 과제가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익숙해져 갔고 모두들 성실하게 과제를 해 오셔서 감사한 마음까지 들었다. 외부 수업 때 그냥 지나쳤던 김유정 문학관도 설명을 듣고 다시 보니 정겹고 소중하고 자랑스러웠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실감이 났다. 아직도 동백나무의 노오란 꽃이 눈앞에 아른거리는 듯하다. 생활이 바빠서 이런 저런 이유야 있겠지만 한 분 두 분 떠난 분들이 못내 아쉽다. ‘혹시 나로 인해 나의 무능함에 가신 건 아니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손주 보느라? 건강상의 이유로? 여러 가지 이유들이 있을 것이라고 스스로 위로해본다.

 이효석 문학관을 갔던 일, 정운복 선생님의 초청강의, 오일주 선생님의 사진전에 갔던 일, 그리고 연극을 보며 배꼽 빠지게 웃던 일, 모든 것들이 이제 추억이 되었다. 막연히 글을 쓴다는 것 시를 쓴다는 것 하나만으로 수필문학반에 들어 왔는데 글을 쓰는 방법을 많이 배웠고, 더불어 너무도 좋은 분들을 만났다는 게 의미가 깊다.

 하나라도 더 알려 주시려고 애쓰시고 악기도 잘 다루시고 재능이 많으신 최명걸 선생님, 고령에도 불구하고 매사에 적극적이고 열심이신 소청자 선생님, 글 읽는 목소리에 매료되었던 정금지 선생님, 외모와 다르게 감성적이신 오일주 선생님, 역시나 마음이 푸근하신 권은석 원장님, 나이를 무색하게 만드시고 멋진 인생을 보여주시는 김동순 선생님, 뒤늦게 합류하셨지만 소녀 감성을 가지신 홍옥주 선생님, 소년 감성을 가지신 정해섭 선생님, 어쩌다 얼굴 비추지만 멋진 글 솜씨로 감동을 주시는 최영자 선생님, 반장을 맡아 저와 함께 애써주신 멋진 허준구 선생님, 모두가 제겐 보석같으신 분들입니다.

 옷깃만 스쳐도 억겁의 인연이라는데, 식사하고 여행하고 함께 한 세월의 인연은 엄청 끈끈할 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앞으로 몇 번 남지 않은 수업이 남아있지만 끝까지 함께하며 멋진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습니다. 내년에도 소중한 인연의 끈을 이어가며 각자의 수필 속에 주연과 조연이 되어 함께 하길 희망해 봅니다.

 최명걸 선생님, 그리고 문우님들 함께여서 행복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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