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옥 작가

김연옥

김연옥

작품수1

수필(1)

마음으로 본 울릉도

내가 알고 있는 울릉도는 위험천만한 곳이다. 오래전에 TV화면에서 구조를 요청하는 아찔한 장면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하늘에 떠있는 헬리콥터의 외줄 아래 하얀 점 하나가 점점 클로즈업되어 다가온다. 흰 원피스 차림의 여인이 줄에 대롱대롱 매달린 모습을 아슬아슬하게 보았다. 관광객을 구출하는 충격적인 장면에 넋을 잃었다. 내가 울릉도를 연상하는 낙인된 시각적인 장면이다. 그 후로 자주 듣는 이야기는 멀미로 고생해서 울릉도의 본 모습을 제대로 보지 못했으니 다시 한번 더 울릉도를 보고 싶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언제부터인가 풍경이 얼마나 아름다우면 그런 말을 할까 궁금해졌다. 내 마음 속 지도에 울릉도가 새겨졌다. 두려움을 동반한 부정적인 장면과 멀미에 대한 이미지를 제거하려는 숨은 욕망이 싹텄다. 나의 도전을 기다렸다는 듯 뜻밖에 기회가 찾아왔다. 문화원에서 수강생 단체로 희망자는 울릉도 탐방을 모집한다는 소식에 뛸 듯이 기뻤다. 물론, 주저없이 신청하고 장거리 바다 여행을 상상하며 설레는 기대를 품었다. 드디어 묵호항에서 승선을 기다리는 대합실에 긴 줄에 동참했다. 멀미약을 사라는 방송 안내음을 연이어 들으며 30분 후 거대한 씨스포빌호에 올랐다. 파도가 2m에 이르는 날씨에 속이 울렁거려 혼미한 상태에서 마침내 울릉항구인 도동항에 도착했다.울릉도의 입구인 도동항은 각종 여행사에서 온 수많은 관광객으로 들끓었다. 배에서 내리자 울렁거리는 속을 달래려고 혼미한 정신을 가다듬었다. 도동항에서 촛대 바위를 거쳐 저동항까지 이어진 해안 산책로는 2시간 코스인데 잠시 동안 맛보기 했다. 바다 내음 가득한 산책로를 따라 우뚝 솟은 검은 바위산과 기묘한 동굴을 마주 보며 물결 옆을 아슬아슬하게 걸었다. 바위산 테두리에는 해풍이 억세게 머리카락을 마구 휘져으며 검푸른 바다는 찰랑거림을 멈추지 않았다. 해안 산책을 마치고 식사 후 버스를 타고 울릉도를 한 바퀴 돌며 기사님의 구수한 해설과 재미있는 민속 이야기를 들었다. 버스투어를 끝내고 내일의 여정인 왕복 3시간의 안전한 독도여행을 위하여 다시 윤정 약국에서 조제한 멀미약을 샀다여행 둘째 날 드디어 도동항에서 독도로 향하는 서동항에 도착했다. 승선을 위한 여객선 대합실에는 태극기와 태극문양의 머플러를 진열해 놓았다. 저마다 작약꽃처럼 붉거나 흰 수국같은 머플러를 두르고 어울림을 확인하는 모습이 아름다워 보였다. 바로 이 곳에서 어울리는 특별한 스타일이다. 나도 독도에서 가장 돋보이는 흰 머풀러를 목에 두르고 배에 올랐다.독도는 나의 예상을 비웃기나 한 듯 아름다웠다. 청정한 푸른 물결과 오염되지 않은 공기와 바람이 산뜻했다. 내 마음속 2개의 외로운 섬이 아니었다. 제자리에서 계속 뱅뱅 돌아볼수록 웅장하며 수려한 섬들의 자태에 도취되어 버렸다. 이제 예정된 돌아갈 시간 30분이 홀린 듯 다가왔다. 천혜의 자연보고인 독도를 바라보며 아쉬움을 남기고 좋은 추억을 가슴에 안고 돌아섰다.2박 3일만에 울릉도를 요목조목 모두 보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더 좋은 관광을 위해 공사 중인 곳 관음도를 보지 못한 아쉬움도 컸다. 특히 인상 깊었던 곳은 365개의 나선형 달팽이같은 계단을 오른 죽도이다. 따가운 햇빛을 왼쪽에서 대나무가 막아주며 오른쪽에서는 이름 모를 싱그러운 나무가 지붕을 이뤄서 산행처럼 둘레길을 이루웠다.죽도에서 도동항으로 돌아오는 유람선에서 바다의 전망을 보려고 2층으로 올라가 자리를 잡았다. 억센 해풍따라 갈매기가 배웅이라도 하는 듯 계속 따라왔다. 갈매기를 이렇듯 가까이에서 보기는 처음이라서 무척 반갑고 신기했다. 얼마 후에 그 이유를 알았다. 멀리 난간에 기대어 선 젊은 연인이 새우깡을 들고 몇 개씩 뿌려주면 날렵한 갈매기는 용케도 잘 받아먹었다. 멋있고 똑똑한 갈매기와 친구 된 그 심쿵한 순간을 잊지 못한다.울릉도는 혼자는 갈 수 없음을 다시 온몸으로 느낀 여행에서 서로를 기대며 훈훈한 정을 나눔으로 함께한 여행이었다. 그 때의 사진속에서 따듯했던 모습들이 사랑스러워서 미소가 흘러나온다. 다시 기회가 온다면 길 위의 모험을 멈추지 않으리라 다짐해 본다.

김연옥2025. 10. 14.
0
11
수필
김연옥 작가 - 춘천답기 웹진 | 춘천답기 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