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행 작가

박은행

책 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하는 박은행입니다.

작품수2

수필(2)

취미생활

취미생활의 정의를 내린다면 취미는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즐기기 위하여 벌어지는 일상들이다. 전문성이 좀 결여되어도 아름다운 대상을 감상하고 감흥을 느끼며, 활동하고, 감성을 자극시키는 당기는 멋, 맛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취미의 개념에서 벗어나 가장 잘하는 특기를 발견하고, 공부하고, 노력하여 자신의 길을 찾아 전문가가 되어있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나 또한 그렇다.​ 삶을 풍요롭게 살기 위하여 늘상 부딪치고 직면하면서 어쩔 수 없이 누리고 가야 할 취미들이다. 예를 들면, 노래 부르기(내가 제일 좋아하는 종목)이다. 지금은 갑상선 이상증으로 높은 음이 따라와 주지 못해서 보류하고 있다.​ 가장 흔한 취미 리스트에는 독서, 악기 배우기, 만화 보기, 영화 보기, 산책하기, 요즘 대세인 멍때리기 등등. 이 외에도 더욱 많겠지요?​ 사람들은 살면서 누구나 마찬가지 나름대로 각종 취미 종목에 애착을 느끼고 흠뻑 빠져서 살아갈 것으로 보인다. 취미활동을 평생 10개 이상은 모두들 누릴 것이다. 나 같은 경우도 여러 가지 스펙을 쌓다 보니 위에 있는 종목 중에 자격증도 몇 개 소장하고 있다.​ 요즘은 독서에 푹 빠져서 살고 있다. 며칠 전 내 생일날에 남편에게서 한국시사 100주년 기념판 시집 이십여 권을 선물 받았다. 남편 말씀이 책 선물을 하면 나의 두 눈이 별처럼 반짝인다고 하였다. 배려와 지성을 겸비한 남편은 가끔 시적인 표현을 하여서 감동을 주곤한다. 아마도 전생에 시인이었나 보다. 내 성격은 터프하고 강원도 방언을 자주 쓰며 어디를 가서 살아도 감자 바위소릴 듣는다.​ 취미는 세월 따라 변화무쌍하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새 나라의 할머니! 새벽형 인간이 바로 나다.​ 알람이 필요 없는 오전 다섯 시면 영락없이 책상 앞에서 책 읽기를 두 시간 정도 한다. 새벽 시간의 맑고 고운 나의 영혼은 산수화에서 보는 여백과도 같다.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는 그 시간만큼은 이 세상 부러운 것이 없다. 책 읽기는 옛날에도 지금도 현재 진행 중이다. 나는 한국화 작가인데 그림과 독서는 한 몸이라고 생각한다.​ 그림은 마음이고 글 쓰기는 생각이다. 평소에 그림과 시를 써서 보관한 낙서 같은 습작이 많이 있는데, 가끔 들여다 보면 내용은 나 혼자 이 세상의 구렁텅이에 빠진 것처럼 신랄하게 세상을 비판하고 천지개벽이라도 일어날 듯이 강한 어투와 모호한 대목들이 나를 깜짝 놀라게 한다. 또한 이 세상 행복과 사랑을 나 혼자 다 독차지한 듯한 표현들이다. 동전의 양면성을 보는 듯하다. 현재는 어눌하고 투박하지만 긍정과 당당함이 함축되어 있는 글들을 언젠가는 다듬어서 세상에 내놓을 것이다.​ 간절하면 이루어진다고 생각한다. 지금 취미를 넘어선 화가의 길을 잘 즐기고 버티며 나가고 있지만 공생이라고 생각한다. 예술가들은 영혼을 불태우고 산통보다 더한 고통, 뼈를 깎는 아픔을 이겨내야 하나의 작품이 탄생한다.​ 실기를 이기는 이론은 없다가 나의 슬로건이고 사명감이다. 지금 가고 있는 길이 나의 길이고 운명이고 몇십 년 동안 쌓아온 금자탑이다.​ 오늘은 취미생활에 대하여 깊이 생각해 보면서 지난날의 나를 돌아보는 날이기도 하다. 평소에 하고 싶었던 자서전, 수필, 시, 등을 정리하여 인생 후반을 멋지게 장식하고 싶다. 영광스러운 나날들이 지혜롭고 슬기롭게 행복하게 이어지기를 간절히 기원하면서.​ 우리 모두 스트레스받지 말고 인생을 잘 놀다 갑시다. 인생은 잘 놀다 가지 않으면 불법이라는 김 홍신 작가의 유머러스한 말씀이 생각납니다.

박은행2025. 1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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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아버지를 회상하며

나의 아버지는 강원도 춘천시 사농동 옥산포 출신이며 종갓집 장손으로 생전에 팔 남매를 낳으셨다. 또한 진주 할머니, 할아버지 홀로된 고모님 조카들까지 대가족 열다섯 식구를 거느리시며 일 년에 수십 번의 제사를 지내셨고, 돼지와 닭, 오리 등을 키우시면서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땅에서 농사를 짓는 옥산포의 터줏대감 전형적인 농부였습니다.파란만장한 아버지께서는 6·25 사변과, 그리고 왜정 때 징용에 끌려가셨다가 구사일생으로 살아 돌아오신 역사적인 전설이셨습니다. 또한 일본에 붙들려 갔을 때도 좌절하지 않으시고 긍정의 힘으로 일본인에게 아코디언 연주법을 배우시고 돌아오셨답니다. 그리고 의연하게 농사를 지으시고 짐승을 키우시고 잠깐 쉬실 때에는 집 뜨락에 있는 몇 백년 된 밤나무 그늘에서 기타와 아코디언을 치시며 노래를 부르셨고 정서적으로 행복하게 우리들을 보살피고 키우셨습니다.그러나 시대가 시대인 만큼 아무리 땅에서 죽어라하고 농사를 지으셨어도 보릿고개 등 어려운 살림에 아버지의 모습은 나날이 변해가셨고 살갗은 거북이의 등 가죽처럼 울퉁불퉁 변하면서 광대뼈만 앙상하게 드러나고 야위어만 가셨습니다. 8남매에서 넷째 딸인 저는 철이 없어서 모두 다 그렇게 늙어 가는 줄 알았습니다. 어른이 되어서 돌아보니 열다섯 식구를 먹여살리고 특히 궁금한 것은 금전문제를 어떻게 충당하셨을까? 생각하니 너무나도 고맙고 감사하여서 두고두고 말로는 다 할 길이 없고 은혜스럽기만 합니다.요즘 부모들은 맞벌이로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는 투 잡, 쓰리 잡을 뛰면서 자식을 키워가고 노력하면 살길이 열려 있지만, 그 옛날 암흑 같던 시대를 생각하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믿음직하고 거룩하신 아버지의 천금 같은 지혜는 어디에서 왔을까? 저에게는 어떤 위인보다 더 훌륭하시고 자랑스럽습니다. 밤하늘의 빛나는 별이 되신 아버지께서는 오늘도 자손들을 반짝반짝 비추어 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보다 더 세상을 앞서가신 아버지!은행이라는 예쁜 이름을 지어주신 아버지!이름에 걸맞는 사람이 되겠습니다.사랑하는 울 아버지 우주만큼 사랑합니다.아버지의 초상 늙은 거미 이마에 이지러진 주름살마디마디 가늘고 휘어진 손가락실낱 모세혈관 같은 생명줄을부둥켜 안고 의기소침 사력을 다한다. 노을 한 조각에 걸친 보금자리는 그런대로 따뜻하다.속절없이 흐르는 회한의 눈물은?천년 묵은 송진 한 방울이다. 삼라만상이 다 그렇듯이곡예사의 첫사랑!비범했던 날들은?반딧불 되어 깜빡인다. 백설처럼 흰 자작나무의 입김이늙은 거미의 휘어진 등을 감싸주니감촉은 목화밭에서 갓 뜯어낸 솜 휘 늘어진 인동초 넝쿨 사이로금, 은화 인동초꽃은금빛 은빛 향기를 품어주고청녹색 돌맹이 사이로흐르는 물소리! 꾸어엉~꿩 구애하며갈대숲의 수꿩 한 마리목청 높여 울어대는 소리! 뒤늦은 산책길 노인의 발자국 소리는?늙은 거미의 회심곡이다.이내 황금빛 노을은 낮은 가장자리로 내려 앉아어둠을 재촉한다.

박은행2025. 1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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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