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기 작가

정용기

縣泉 鄭庸基

작품수3

한시(3)

衣岩湖秋日抒情 (의암호 가을 스케치)

이 시는 가을의 정적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유쾌한 여유와 철학적 깊이를 담고 있습니다. “오리가 하늘에 잠겨 한가롭다”는 표현은 자연과 하늘이 하나 되는 경지, 즉 인간의 시선이 자연 속에 스며드는 순간을 보여줍니다. “햇살이 금가루로 쓴 연애편지”는 가을 햇살을 자연의 시적 행위로 비유한 명구이며, “단풍나무가 머리빗을 들고”는 자연을 인간의 감정으로 의인화한 한국적 풍류의 정수입니다. 마지막의 “고구마 썩는다고 빨리 오라 한다”는 시적 감정의 절정에서 현실로 돌아오는 유머와 따뜻한 일상감각을 더합니다.나는 이 시를 통해, 자연 속에 깃든 인간의 삶과 웃음, 그리고 철학적 여유를 그리고자 했습니다. 하늘과 물, 단풍과 햇살, 그리고 친구의 부름이 어우러진 이 장면은 한국 가을의 가장 인간적이고 시적인 풍경화입니다.

정용기2025. 10.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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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在中秋節恒常反覆 (추석이 오면 늘 되풀이 하네)

*追善(추선); 죽은 사람을 위하여 착한 일을 함. 追善室은 납골당 분향실 이름이 시는 현대인의 효(孝)와 제례의 의미에 대한 현실적 성찰을 담고 있습니다. 부모님을 기리는 자리에서조차 “좋은 일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화자는, 의식보다 진심과 관계의 회복을 더 중시하고 있습니다. “불효를 한탄해 봐야 소용없고, 주변이 화목해야 하는 것은 당연할진대” — 이 구절은 효가 단지 과거에 대한 죄책이 아니라 현재의 화목과 배려 속에서 살아야 완성된다는 깨달음을 전합니다. 마지막의 “봉투에 넣어 땜질하기에 바쁘다”는 현대 사회의 형식화된 추모를 향한 냉정한 풍자이자, 그 속에 깃든 인간적인 슬픔과 무력감을 드러냅니다.나는 이 시를 통해, 효란 단지 제를 올리는 행위가 아니라, 살아 있는 이들 사이의 마음을 돌보는 일임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조용한 추선실의 공기 속에서, 그 진심만이 여전히 따뜻하게 남아 있습니다.

정용기2025. 10.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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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艾幕谷秋曉風景 (애막골 가을 새벽 풍경)

이 시는 자연의 미세한 리듬과 인간의 조용한 관찰을 담고 있습니다. 다람쥐가 나무 사이를 뛰어다니는 소리, 도토리가 떨어지는 밤의 울림 — 이 작은 생명의 움직임 속에서 세상은 여전히 살아 있음을 느낍니다. 새벽녘 플래시 불빛은 마치 인간의 호기심과 따뜻한 관심을 상징합니다. 자연을 방해하지 않으려 조심스레 관찰하는 태도, 그 속에서 인간과 자연이 조용히 교감하는 순간이 피어납니다. 늦더위 속에서도 도토리가 여물 듯, 우리의 삶도 더딜 뿐 결국 결실을 맺는다는 믿음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이 시는 그래서 고요하지만, 그 고요 속에 깊은 생명의 숨결이 깃들어 있습니다.

정용기2025. 10.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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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기 작가 - 춘천답기 웹진 | 춘천답기 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