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 가서 힐링하고 오라고 큰딸이 비행기 티켓과 감성숙소를 잡아주어 제주도 여행을 가게 되었다. 큰딸의 따뜻한 마음에 가슴이 뭉클해졌다. 그렇게 남편 그리고 막내딸과 함께 6월의 끝자락에 셋이서 설레는 제주도 여행길에 올랐다. 여행은 언제나 마음을 들뜨게 하고 설레게 한다. 기대에 부풀어 공항버스를 타고 김포에 도착하여 우동으로 점심을 간단히 먹고 비행기에 올랐다. 제주도까지는 비행시간이 짧아서 이륙하는가 싶더니 금세 착륙 방송이 나왔다. 제주공항에 도착 후 롯데렌터카에 들러 렌트한 차를 몰고 고기국수를 먹으러 갔다. 김포에서의 간단한 요기로는 부족해 다시 고기국수 멸치국수로 배를 채우고 숙소로 향했다. 숙소로 향하는데 추적 추적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여행 시작과 함께 비가 내리는 것은 솔직히 달갑지 않은 일이다. 여행의 기분이 가라앉지 않기를 바라며 일단 숙소로 가서 짐을 풀었다. 그런데 막상 도착하고 보니 비내리는 숙소는 정말 힐링하기 좋은 감성 숙소였다. 늘 북적이는 콘도에서만 지내다 프라이빗한 개인 풀빌라 형식의 숙소에 오니 저절로 힐링이 되는 기분이었다.각자 침대 하나씩 차지하고 조금 쉬다가 바닷가로 향했다. 코끝을 스치는 비릿하지만 정겨운 바닷 내음, 그리고 철썩거리는 파도소리가 날 들뜨게 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제주에 오면 꼭 먹어야 한다는 갈치구이 집으로 향했다. 갈치 전문점이라 갈치를 통째로 구어 와서 가시를 발라주는데 전문가의 손길이 느껴졌다. 입안 가득 퍼지는 갈치맛을 만끽하며 맛있게 저녁을 먹고 숙소로 와서 쉬면서 문득 아, 이런게 진짜 행복이구나! 라는 생각에 함께 오지 못한 가족들이 떠올랐다. 이 좋은 풍경과 맛을 함께 나누지 못한 애틋한 마음이 밀려왔다. 다음날 아침도 여전히 비가 내렸다. 아침은 제주도의 토속음식을 맛보기로 했다. 고사리를 갈아 넣고 육개장처럼 끓인 음식인데 내 입맛에는 그저 그랬다. 제주도에서는 잔칫날 돼지를 잡아서 순댓국처럼 내장이랑 고사리를 넣고 푹 고아서 손님을 대접한다고 한다고 하는 주인아주머니의 설명을 들으며 먹었다 옥돔 구이를 같이 시켜서 그나마 옥돔이랑 먹을 수 있었다. 여행에서 그 여행지의 음식을 맛보는 것도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인데 오늘 아침은 기대했던 마음이 컸었는지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제주도 하면 오름 하나는 가봐야 한다고 해서 오름을 가기로 했는데, 비가 와서 오름 정상까지 차가 갈 수 있는, 군산 오름을 택했다. 하지만 비로 인한 운무로 전경을 볼 수는 없고 정승처럼 서 있는 산들의 실루엣만 볼 수 있었다. 날씨가 좋으면 한라산도 보인다고 한다. 길이 외길이라 운전하기가 힘들어 다시 오고 싶진 않았다. 날씨 탓에 기라앉은 기분을 달래려 다음 목적지를 고민하다가 답다니 수국밭으로 향했다. 빗방울을 머금어 더욱 싱그럽고 탐스럽게 피어난 수국과 함께 사진을 찍고, 녹차밭이 있는 오설록으로 향했다. 제주도에 오면 항상 들르는 곳이 오설록이다. 통창 너머로 초록빛 차밭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고 워낙 유명한 곳이라 외국인들도 많다. 그 중에 중국인이 유독 많았다. 선물을 사려고 늘어진 줄 속에서 오히려 다른 나라를 관광하며 설레어 하며 줄 서 있던 내가 떠올랐다. 우리에겐 익숙한 것들이 관광객들에게는 설렘과 즐거움일 것이란 것이 그들의 얼굴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녹차 아이스크림과 커피를 주문하고 풍경을 구경했다. 녹차 아이스크림은 입에서 살살 녹았다. 차를 마시고 나와 녹차밭에서 사진도 찍고 녹차잎의 초록을 만끽했다. 아침식사와 오름에서의 불만이 많이 사라졌다. 점심 메뉴를 고민하다 봉순이네 흑돼지 집을 찾아가 삼겹살을 먹기로 했다. 이곳은 주인이 직접 고기를 구워주어서 편했다. 고기도 정말 맛있었다. 딸이 운전해 주어서 한라산 소주를 곁들이니 세상 부러울 게 없는 만찬이었다. 제주도의 유명한 흑돼지, 여행에서 느끼는 먹는 즐거움을 이를 통해 맛보았다.아침부터 강행군을 해서 그런지 피곤하여 일단 숙소로 와서 쉬기로 했다. 펜션 한 켠에 자리잡은 자쿠지에 몸을 담그니, 새소리에 귀가 즐겁고 수국향의 향긋한 내음에 피로가 다 풀리는 듯했다. 그것도 잠깐 저녁을 먹으러 다시 나가야 하는데 귀찮아져서 회를 시켰다. 생각보다 만족스럽지 못했다. 역시 회는 바닷내음이 풍기는 바닷가에서 먹어야 제맛인 듯하다. 다음날 섭지코지를 가기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 성산일출봉 부근에서 옥돔 생선과 성게 미역국을 먹었다. 아주 만족스러운 아침 식사였다. 기분 좋게 섭지코지에 오르며 거의 5년 전에 큰 딸과 와서 귀걸이를 잃어버려 찾던 그곳에서 사진도 찍고 맨 꼭대기에 있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남편과 딸과 함께 다음 장소를 의논했다. 우도로 가기로 하고 신이 나서 딸과 나는 넒은 위에서자 벅차오르는 신바람을 주체할 수 없어 딸과 덩실 덩실 춤을 추었다. 멀리서 남편이 덩달아 리듬을 맞추어 덩실거리고 주변의 관광객들도 함께 즐거워했다. 아마도 딸과 남편과 함께한 섭지코지에서의 춤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지금 생각해도 미소가 절도 지어진다. 멀리서 우도가 오라고 손짓을 하는 듯했다. 우린 배에 차를 싣고 우도로 향했다. 차로 한 바퀴 돌며 해물 칼국수도 먹고 멋진 해변을 배경으로 인생 사진도 남겼다. 우도에는 자전거를 타고 데이트하는 청춘남녀들이 가득했다. 나에게도 저런 시절이 있었겠지? 라는 생각에 잠시 멍하게 그들을 보고 있었다. 우도에서 일주일만 쉬고 와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 생각도 잠시, 배 시간이 있어서 아쉬움을 뒤로하고 서둘러 우도를 나와 숙소로 향했다. 숙소로 와서 쉬다가 딱새우가 맛있다고 하여 딱새우를 먹으러 갔다. 가격은 좀 비쌌으나 입안에 넣는 순간 사르르 녹는 맛에 맛있게 먹고 운전 때문에 술을 못 마시는 딸에게 미안해서 딱새우를 포장을 해서 숙소에 와서 한 잔을 더 했다. 내일이면 이제 집으로 가야 하는 아쉬운 제주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냈다. 아침에 일어나 짐을 챙기고 에코랜드를 갔다. 에코랜드 테마파크는 철도 컨셉의 생태관광지로, 기차를 타고 각기 다른 테마의 역에 내려 제주의 자연을 즐기는 대표적인 명소이다. 호수 풍차, 라벤더 정원이 있고 그 안에 호텔도 있었다. 규모가 기차로 이동할 정도로 넓었다. 에코랜드 관광을 마친 후 렌터카를 반납하고 공항에 와서 비행기를 타고 집으로 왔다.푹 쉬고 오라고 잡아준 감성숙소는 제대로 즐기지도 못하고 우린 빡센 패키지같은 여행을 했다. 한 곳에 앉아 느긋하게 쉬지는 않고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끼니마다 맛나는 음식을 찾아 다녔다. 나는 성격 탓인지 신체가 아직도 건강해서인지 아직도 가만히 쉬는 것에 익숙하지가 않다. 그리고 예전에는 나와 남편의 보호로 다니던 여행이 이젠 딸의 보호로 여행을 다니니 세월의 야속함인가 마음이 씁쓸하다. 그렇지만 또 한편으론 의젓하게 잘 자란 딸을 보면 흐뭇하다. 여행이 끝나면 또 다른 여행을 꿈꾸게 된다. 또 다시 일본 북해도 여행을 계획하며 추억을 많이 남겨야겠다고 생각해 본다.

서정희
수필로 나의 추억 꾸러미를 만들어가는 서정희입니다
모든 작품(6)
2025년 2월 20일춘천 문화원 강좌 프로그램 중 하나인 수필문학반에 첫 수업하는 날! 글쓰기를 좋아했던 나는 기대 반 설렘 반으로 강의실로 향했다. 한 분 한 분 자기소개가 끝난 후 총무와 반장을 선출하는데, 지금껏 각종 모임에서 총무를 맡아 본 경험이 많아서 이번만큼은 정말 어떤 임무를 맡지 않으리라 다짐했던 터라 다른 분이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무를 맡게 되었다. 어쨌든 허준구 선생님이 흔쾌히 반장을 맡아주셔서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총무직을 맡게 되었다. 함께 공부하면서 최명걸 선생님을 비롯하여 문우님들의 실력과 지식이 출중해 너무 놀랐고, 이런 분들과 함께 강의를 들으며 함께 할 수 있음이 영광스러웠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시간 내서 글감을 찾아 글을 써오는 과제가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익숙해져 갔고 모두들 성실하게 과제를 해 오셔서 감사한 마음까지 들었다. 외부 수업 때 그냥 지나쳤던 김유정 문학관도 설명을 듣고 다시 보니 정겹고 소중하고 자랑스러웠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실감이 났다. 아직도 동백나무의 노오란 꽃이 눈앞에 아른거리는 듯하다. 생활이 바빠서 이런 저런 이유야 있겠지만 한 분 두 분 떠난 분들이 못내 아쉽다. ‘혹시 나로 인해 나의 무능함에 가신 건 아니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손주 보느라? 건강상의 이유로? 여러 가지 이유들이 있을 것이라고 스스로 위로해본다. 이효석 문학관을 갔던 일, 정운복 선생님의 초청강의, 오일주 선생님의 사진전에 갔던 일, 그리고 연극을 보며 배꼽 빠지게 웃던 일, 모든 것들이 이제 추억이 되었다. 막연히 글을 쓴다는 것 시를 쓴다는 것 하나만으로 수필문학반에 들어 왔는데 글을 쓰는 방법을 많이 배웠고, 더불어 너무도 좋은 분들을 만났다는 게 의미가 깊다. 하나라도 더 알려 주시려고 애쓰시고 악기도 잘 다루시고 재능이 많으신 최명걸 선생님, 고령에도 불구하고 매사에 적극적이고 열심이신 소청자 선생님, 글 읽는 목소리에 매료되었던 정금지 선생님, 외모와 다르게 감성적이신 오일주 선생님, 역시나 마음이 푸근하신 권은석 원장님, 나이를 무색하게 만드시고 멋진 인생을 보여주시는 김동순 선생님, 뒤늦게 합류하셨지만 소녀 감성을 가지신 홍옥주 선생님, 소년 감성을 가지신 정해섭 선생님, 어쩌다 얼굴 비추지만 멋진 글 솜씨로 감동을 주시는 최영자 선생님, 반장을 맡아 저와 함께 애써주신 멋진 허준구 선생님, 모두가 제겐 보석같으신 분들입니다. 옷깃만 스쳐도 억겁의 인연이라는데, 식사하고 여행하고 함께 한 세월의 인연은 엄청 끈끈할 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앞으로 몇 번 남지 않은 수업이 남아있지만 끝까지 함께하며 멋진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습니다. 내년에도 소중한 인연의 끈을 이어가며 각자의 수필 속에 주연과 조연이 되어 함께 하길 희망해 봅니다. 최명걸 선생님, 그리고 문우님들 함께여서 행복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나는 2024년에 일어난 황당한 일에 대해서 이야기 하려고 한다. 나의 딸은 청량리에 있는 63층 펜트하우스에 산다. 옥상을 꾸미기 위해 측백나무를 심기로 하고 나무를 주문했다. 날씨가 덥기도 했고 딸과 사위가 낮에는 시간이 없어서 밤에 나무 심기를 강행하였다. 심는 도중 갑자기 오른쪽 검지 손가락에 깊이 쑤시는 느낌과 함께 검은 물체가 눈에 들어왔다. 반사적으로 탁 치고 나서 보니 벌이었다. 벌을 키우는 친구에게 사진을 찍어 보냈더니 말벌이라고 했다. 엄청난 고통과 함께 순식간에 부어올랐다.마치 빵이 부풀어 오는 듯한 모습을 보며 겁이 났다. 말벌에 쏘이면 생명을 위협받을 수 있다는 걸 뉴스에서 여러 번 보고 들었기 때문이다. 약을 몇 가지 먹었지만 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로 통증이 심했다. 혼자서 응급실을 가야 하나, 119를 불러야 하나 고민하다가 깜빡 잠이 들었다. 심한 통증에 잠에서 깨어보니 얼음주머니에서 손이 빠져있었다. 다시 얼음 찜질을 하며 그렇게 긴 밤이 지나가고 아침이 되었다. 딸과 사위가 걱정할까 봐 괜찮다고 참을 만하다고 했다. 모두 출근하고 옥상으로 올라가서 찬찬히 살펴보니 벌 한 마리가 베롱나무에 앉아 있지 않은가! 놀라서 양파망으로 잠자리채를 만들어 포획하고 발로 문질러 죽였다. 3살 5살 손녀가 걱정이 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통증에서 벗어나기까지는 꼬박 이틀이 걸렸다. 어떻게 도심지 63층 아파트 꼭대기에서 말벌에 쏘일 수가 있단 말인가. 벌의 출처가 궁금했다. 간혹 뉴스를 보면 도심지에서 말벌이 등장하고 소방대원이 출동하여 말벌집을 제거하는 걸 본 적이 있다. 그렇다면 다른 벌이 있을 수 있는 것이므로 정말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아니면 나무가 올 때 나무와 함께 따라온 건 아닐까? 그렇다면 정말 다행인 일이다. 두 마리를 잡았으니 더 이상 피해는 없을 것이다. 나는 450고지 산에 텃밭을 가꾼지 10년이 넘도록 말벌에 쏘인 적이 없다. 그런데 도심지에서 그것도 63층 꼭대기에서 이 일을 겪으며 나는 대처하는 방법이나 교훈을 얻었다. 벌에 쏘였을 때는 당황해서 벌을 없애지 말고 사진을 찍어놔야 병원에 가거나 할 때 증거 자료가 되어 도움이 된다. 그래야 정확한 치료를 할 수 있다. 그리고 밝을 때 나무를 심어야 한다. 그랬다면 벌도 알아서 도피했을 것이고 내 눈에 띄기라도 했을 것이다. 아마도 벌은 자다가 봉변을 당한 것일지도 모른다. 벌에게 난 침입자였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어린 두 손녀가 물리지 않은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 일로 인해서 벌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벌을 제거했으니 다행스러울 뿐이다. 더구나 일부러 벌침을 맞기도 하지 않는가? 벌에 쏘였으니 면역력이 생겼을 것이다. 무한 긍정의 소유자인 나는 오늘도 글을 쓰면서 무한 에너지를 발산한다.





